'범죄수익 추징' 올들어 5조인데…환수는 고작 1.6%

입력 2023-08-30 18:18   수정 2023-08-31 01:13

검찰의 범죄자 자산 몰수 및 추징 보전(동결) 금액이 올 들어 7개월 만에 5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암호화폐, 주가 조작 등의 금융범죄가 특히 기승을 부리고 있어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다만 유죄 판결이 확정돼야 몰수가 가능한 현행법상의 제약으로 실제 환수액은 동결금액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법조계에선 범죄수익임이 명백한 재산은 재판 상황과 상관없이 환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동결은 역대급이나 환수는 지지부진

3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검찰의 범죄수익 몰수·추징 액수는 총 4조8963억원으로 이미 작년 한 해(3조4480억원) 기록을 넘어섰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간 기준 사상 최대였던 2021년(5조9543억원) 기록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 유력하다.

대형 금융범죄가 잇따르면서 수사기관의 몰수·추징보전 금액 역시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다.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7450억원),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 폭락’(7305억원) 사건으로만 1조5000억원에 가까운 추징보전이 이뤄졌다. 쌍용자동차 인수자금 조달을 가장해 에디슨EV 주가를 조작한 사건으로도 1819억원의 추징보전 조치가 내려졌다.

다만 동결된 재산이 이른 시일 안에 환수되는 사례는 손에 꼽는다. 검찰이 올 들어 지난달까지 환수한 범죄수익은 786억원으로 보전금액의 1.6%에 불과하다. 이 같은 상황이 매년 반복되면서 검찰이 지금까지 거두지 못한 범죄수익액만 25조7932억원(7월 말 유죄가 확정된 사건 기준)에 달한다.

법원의 유죄 판결 확정 전까진 환수가 불가능한 현행법이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에선 △범죄자가 해외로 도주해 재판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 △재판 도중 피고인이 사망한 경우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법원이 별도로 추징을 명령하지 않은 경우에는 재산을 몰수할 수 없다. 재판 지연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동결조치가 환수로 이어지기까지 갈수록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50조원의 피해를 남긴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책임자로 지목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역시 이 같은 이유로 동결된 2333억원어치 재산이 언제 실제로 환수될지 알기 어렵다. 권 대표는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놓은 상황이다 보니 형기가 끝나도 국내로 송환돼 재판을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미국, 호주 ‘범죄수익 판결 전 몰수 가능’
검찰 안팎에선 유죄 확정 전에도 범죄수익을 최대한 환수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6월 말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한 사람에게 부당이득의 두 배까지 과징금을 물을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이 같은 주장이 반영돼 이뤄진 결과물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내년부터는 금융당국이 조사 단계에서부터 범죄자들에게 금전적 제재를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다만 이 법은 불공정거래 행위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다른 범죄는 환수가 어렵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독립몰수제’ 도입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독립몰수제는 범죄자의 해외 도피나 사망 등으로 재판 진행이 불가능하거나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어려운 사건에 대해선 범죄수익을 먼저 몰수할 수 있는 제도다. 미국, 호주,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당사자는 무죄가 입증되면 몰수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다.

미국 검사 출신인 장우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범죄수익으로 볼 가능성이 상당한 재산임에도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몰수하지 않으면 범죄 방지가 더욱 어려워진다”며 “국내에도 독립몰수제 같은 법을 신속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용훈/민경진/김진성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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